

전쟁은 비극이었다.
죽음과 생이별, 가난과 배고픔,
칼바람 같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 곳의 하늘은 새파랗게 맑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빛이 어둠에 비치었다.
생명의 빛이었다.
교회.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로 생겨난 공동체 말이다.
작은 가톨릭교회(성당)에서 구호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
강냉이 가루였다.
그가 양동이를 들고서 처음으로 교회 마당을 밟은 것은
나이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다.
양동이를 반쯤 채운 강냉이 가루는 고마운 선물이었다.
그건 사랑이었고 그의 눈에 비친 교회 수녀님들의 모습은 천사와도 같았다.
이스라엘의 사르밧 과부에게 곡식 가루와 기름을 채우신 하나님은
또다시 강냉이 가루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한 가난한 가정을 찾아오셨다.
하나님의 일하심은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다.
강냉이 가루는 마법의 가루처럼 그의 어머니 마음을 여셨다.
너무 고마웠고 감사했다.
어머니는 어떻게든지 보답하고 싶어서
교회 허드렛일이라도 해주려고 마음먹었다.
하나님(그 분)의 초대는 오래 전부터 준비되었다.
그 분의 초대장에 적힌 이름과 시간, 장소,
그리고 초대장이 전해지는 방법은 신비로울 따름이다.
그 분은 어머니를 교회 허드렛일을 하는 여종이 아니라
사랑하는 그 분의 자녀로 삼아주셨다.
할렐루야. 하나님의 은혜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였던가?
아들은 어머니의 길을 따랐다.
그는 손에 양동이가 없는 날에도 교회로 갔다.
천사와 같았던 수녀님들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신앙이 무엇인지
왜 교회는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지 듣게 되었다.
“들어야 믿을 수 있고 그리스도를 전하는 말씀이 있어야 들을 수 있습니다.”(공동번역성경, 롬10:17)라는 성경 말씀대로
그의 믿음이 자라고 그는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수녀님(신부님)은 어머니를 따라 어려서부터 교회 나오는 그를 보며
신약성경 속의 티모테오(디모데 Timothy)를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디모데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할머니에게서 성경을 배웠으며,
바울에게서는 믿음 안에서 참 아들로 인정받았다.
지금 그는 왼손 약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다.
어머니가 주셔서 소중하게 여기는 묵주반지*다.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할 때 묵주 대신 사용하는 반지)
인간은 그들이 만든 전통과 형식, 사상, 교리에 따라 편을 가른다.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님(그 분)은 인간의 모든 것을 초월하시는 분이다.
그 분의 눈에 완벽한 인간, 절대적인 공동체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인간의 오류와 온갖 죄악들을 가려줄 뿐이다.
그들이 개신교회(Protestant)를 나가는지 가톨릭교회(Catholic)를 다니는지
그 분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그 곳에서 찾고 만나는 이가 예수 그리스도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그 분께로 나아가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그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갈 데까지 간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대통령을 지시하는 막후 권력자의 실체,
깨어난 시민들의 촛불 시위,
쪼개진 보수정당,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
국민의 선택.
이 모든 것이 행운인지 은혜인지
우리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분이 이 땅의 역사에 개입하시는 것은 분명하다.
오래 전 강냉이 가루가 그의 삶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그가 대한민국 대통령직을 맡은 지 벌써 100일이 지나갔다.
국민 열 명 가운데 칠팔은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다.
소탈하고
위로하고
감싸안고
눈물짓고
귀 기울이고
바로잡고
밝혀내려고
노력하니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5년이다.
대통령의 직무는 국민이 그에게 잠시 맡긴 것이다.
그가 문득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는 순간
그의 신앙, 그의 도덕성, 그의 자부심, 그의 공약들은 세상 사람들의 저급한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
그리고 맡은 자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4:1-2)
그가 대통령의 직무에 충실할 때조차
반대 세력의 집요한 공격과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평화와 승리는 싸움에서 물러서고 도피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나님(그 분)의 법과 말씀을 무기로 세상과 치열하게 싸울 때 찾아올 것이다.
모세, 다윗, 다니엘, 엘리야, 그리고 예수님은 그 분의 법과 말씀으로 세상과 싸워 승리하였음을 이미 보여주었다.
“주의 종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소서. 주께서 내게 소망을 가지게 하셨나이다.
이 말씀은 나의 고난 중의 위로라. 주의 말씀이 나를 살리셨기 때문이니이다...
교만한 자들이 나를 심히 조롱하였어도 나는 주의 법을 떠나지 아니하였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밤에 주의 이름을 기억하고 주의 법을 지켰나이다.
내 소유는 이것이니 곧 주의 법도들을 지킨 것이니이다”(시편 119:49-51,56)
그는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통령취임선서식에서 국민 앞에 다짐했다.
대통령은 묵주반지를 보며 아마도 고백하리라.
“내 소유는 주의 법도를 지킨 것이니이다”
문재인, 그에게 영원히 남을 이름은 그리스도인이다.
강냉이 가루에서 시작된 신비로운 이야기.
누군가 마음을 열면, 오늘도 그 분이 신비롭게 찾아갈 것이다.
(2017.8.28 ©광화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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